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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최용진 “다스는 누구 겁니까, 인생은 누구 겁니까?”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0-11-07 08:31 수정 : 2020-11-07 08:31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횡령·뇌물죄에 대해 징역 17년형을 확정했습니다.
1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밝혀지지 않았던‘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의혹….대법원이 마침내 다스의 실소유주를 찾아내 진실을 밝혀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생은 누구 것일까요? 이 물음에 1983년 가수 민혜경이 답했습니다.‘내 인생은 나의 것’이 노래는 4주간 1위를 지킨 인기곡이었지만, 청소년들이 노래 가사를 따라“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며 부모의 간섭에 발발하자, 부모들이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결국 이 노래는 방송 금지곡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어서 1위한 차지한 곡은 아이러니하게도 윤시내의‘공부합시다’였습니다.

아이들의 인생은 부모의 것이라는 걸까요? 그리고 최근 비슷한 표현이 다시 등장했습니다.‘내 자궁은 나의 것’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부는 올해 10월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개정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최근 뉴질랜드는 국민들의 찬성으로 7번째‘안락사 합법국’이 될 예정입니다. 현대 과학과 의학은
인간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죽는지 설명해 줍니다. 하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왜 사는가?’삶의 의미에 대한 이 질문은 인간만이 던질 수 있습니다. 동물은 본능으로 살아가면서 종족 번식이 생의 목표가 되지만 사람은 다르겠죠?

카라바조의 <성 마태오의 소명> 이라는 그림입니다. 세금 징수원이었던 마태오는 예수님이 손짓하며 부르시자,“저 말입니까?”라며 피하는 척하가다 결국에는 그 분을 따라 나섰습니다.

우리는 창세기를 통해 하느님이 우리를 만드셨고, 우리에게 소명을 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주님이 지금도 우리를 부르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외면하고 못들은 척 하고 싶을 뿐이죠.

우리는‘그냥’사는 것도 아니고, 먹기 위해서 사는 것도 아니고, 자식을 위해서 사는 것도 아닙니다. 성경은“여러분은 먹든지 마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십시오”(고린토전서 10,31) 라고 권고합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테러범이 휘두른 흉기에 3명이 숨졌고, 30일 터키 강진으로 9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그 죽음의 질주 속에서 3살 된 아이가 65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21세기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삶과 죽음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묘비에는 인생의 시작과 끝이 기록돼 있습니다. 그런데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내 인생의 시작과 끝은 내가 알 수도, 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은“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욥기 1,21)라고 상기시켜 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전교주일 담화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열린 마음을 가질 것을 전 세계 신자들에게 촉구했습니다.

지난 2일 오랜 질병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우리에게 웃음을 주던 개그우먼 박지선씨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코로나19 등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웃이 우리에게 묻습니다.‘이토록 고통스럽고 불행한데 왜 살아야 하나?’이 물음에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대답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각자 이 물음에 충실히 응답해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은“다스는 누구 겁니까, 인생은 누구 겁니까”였습니다.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