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특선_ 데칼로그 3,4

데칼로그 3.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최대환 세례자 요한 신부

키에슬로프스키가 “데칼로그”의 각본을 영어판으로 번역 출간하면서 스스로 붙인 서문은 이 작품들이 어떠한 고민을 통해 자라났는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가 동시대인들의 정신적 풍경과 고민을 깊이 이해하고 호흡하면서도 또한 보편적인
가치를 담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키에슬로프스키는 자유노조운동으로 상징되는 폴란드의 지하 저항 운동과
민주화의 열기에 깊이 공감했고,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하는 초창기에 이와 관련해서
깊이 관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점점 단지 정치적 문제로 치환될 수 없는
그림자와 병리적 모습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즉 도덕적 공허감과 영적 무관심인 것이지요.
이는 인생의 무의미로 연결됩니다. 윤리적 타락과 죄들은 사실은 정신적 가치들이
공허하게 느낄 때 쉽게 따라오게 됩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사회적, 정치적 부조리가
한 계기가 되지만, 결국은 한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책임있는 선택을 피하고 거부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흘러가는 것이지요.

“데칼로그” 3편은 그러한 정신적 혼돈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러한 위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힘든 선택이라 할지라도 의미 있는 인생의 길을 지켜가는 것이라고 암시합니다. 주일 또는 안식일은. 시대의 공허와 절망에 휩쓸려 가지 않는,
의미있는 삶을 위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칼로그 4.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데칼로그”의 네 번째 이야기는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들이 가진 근본적인 질문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인간에게 진리란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과학적, 학문적 진리가 아니라 삶의 진리는, 진실을 대면하는 순간들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과연 인간은 얼마만큼 진리를 견뎌낼 수 있는 것이며, 진실은 과연 모두 진리라고 할 수 있는가? 성경에서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고 말하는데, 과연 인간의 말이 드러내는 진실들은 사람들을 살리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그의 영화를 지배하고 있기에, 때로는 그의 영화세계를 운명론인 비관주의라고 비평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키에슬로프스키는 인간이
자신의 말을 통해 드러내는 것에 대한 깊은 책임과 인생 전체에 대한 전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는 듯 합니다. 과연 아버지가 나의 친 아버지가 맞는가, 그 비밀을 풀어줄 지도 모르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유품 속의 편지를 나는 읽어야 하는가, 이러한 선택 앞에선
한 젊은 여인과 그녀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감독은 인간의 나약함과 함께 은총의 힘에 대해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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