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특선_ 데칼로그 5,6


                                 데칼로그 5. 사람을 죽이지 마라

                                                                              최대환 세례자 요한 신부


데칼로그 V 편은 데칼로그 연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아마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에 속할 것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유려하거나 섬세하기 보다는 거칠고 충격적이라는
인상을 받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안에서는 구체적 현실과 상징이 탁월하게 연결되어
있고, 현학적이거나 수사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심오한 철학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 작품은 폭력과 죄라는 강렬한 주제를 충격적이지만, 결코 선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탐구하며, 무심하지 않으나 냉정한 응시를 잃지 않는, 쉽지 않은 영화적 성취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도 이 작품을 수 십 년 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전율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한 시간 정도의
짧은 TV 영화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깊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범죄, 폭력, 살인, 사법적 사형 같은 무거운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감상적이지 않지만 매우 깊은 차원의 감정과 닿아 있습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내내 갈색의 차가운 색깔로 진행되면서 암울한 시대상과 함께 사회적 바닥으로 몰리는 한 청년이 인간성을 상실해가고 살인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범죄 장면은 요즘
영화들의 과도한 폭력적 묘사와는 다른 차원에서 악의 가공할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악행은 도덕적 무관심과 소외에서 자라기 시작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살인자인 청년이 사형판결을 받고난 후 그를 변호한 젊은 변호사의 고뇌를 통해 사형제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합니다.

마지막 사형장면은 살인의 장면과 마찬가지로 냉정하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깊은 감정적
충격을 받아 성찰하게 합니다. 두말할 필요 없는 걸작 영화이자, 생명이라는 주제에 대해
토론할 때 오늘날에도 다시 함께 봐야할 문제작입니다.

방송일시: 3월 5일 금 23:00,  3월 6일 토 15:00, 3월 7일  일 01:00, 3월 8일 화 00:00 


                                데칼로그 6. 간음하지 마라
                                                                              최대환 세례자 요한 신부


크지스토프 키에슬로프시키의 <데칼로그> 연작 전편을 평화방송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이번 사순절에 갖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들은 80년대 말 주로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활동했던
키에슬로프스키가 본격적으로 위대한 영화작가로 세계 영화계에 소개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전 시기의 작품들의 주제와 경향을 종합하는 작품입니다. 그의 초기작품 중 수작으로 꼽히는 <맹목적 기회> 와 같은 작품에 나오는 우연과 필연 같은 운명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철학적 사유가 ‘데칼로그’ 전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동시에 그의 후기 걸작들인 ‘베로니카의 두 개의 삶’이나 ‘세가지 색’ 시리즈에 나오는 주제나 상징, 연출, 인물 등이 이미 곳곳에 징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가 TV 시리즈로 작업을 한 이유는 사실 당시 폴란드에서 이처럼 진지하고 실험적이며 철학적이고, 때로는 신학적인 주제로 작업을 상업영화에서 실현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TV 라는 매체의 제한성을 오히려 단순성과 밀도라는 미학적, 철학적 장점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이 작품에 많은 찬사가 쏟아진 후 이 중에서 두 편의 작품을 골라 극장 개봉작으로 재편집하여
개봉하였고, 이 두 편의 작품이 유럽 영화계에서 키에슬로프스키의 명성을 결정적으로 자리잡게 하였습니다. 바로 연작의 다섯 번째 작품의 극장판인 <살인에 관한 짦은 필름>과 이번에 보시게 되는 여섯 번째 작품의 극장판인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입니다.

이 작품들은 그이 후기 작품들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과 사랑에 대한 냉정하면서도
동시에 열정적인 그의 탐구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섯 번째 작품은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배경에서 매우 깊이있는 철학적인 탐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도덕의 차원에서도, 그렇다고 일시적인 감정의 차원에서도 단정할 수 없는 사랑과
소외의 주제를 독특하면서도 매우 섬세하고 예리한 감정의 현상학을 통해 드러내고 있습니다.
히치콕의 <이창>을 연상시키는 연출을 통해 사랑의 변증법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결국 사랑에 대한 믿음 없이는 인간은 비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한편 오늘 보시는 TV 판의 마지막 결말을, 키에슬로프시키가 극장판 <사랑에 관한 짦은 필름> 에서는 다른 결말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입니다.

 
방송일시: 3월 5일 금 24:00,  3월 6일 토 16:00, 3월 7일  일 02:00, 3월 8일 화 01:00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