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특선_ 데칼로그 7,8

                                      데칼로그 7. 도둑질하지 마라

                                                  최대환 세례자 요한 신부/서울 대신학교 지성 양성 담당

오늘은 가톨릭 평화방송이 사순절을 맞아 전편을 소개하고 있는 폴란드의 영화감독
크지스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데칼로그> 7편과 8편을 감상하는 시간입니다.
몇 년전 타계한 저명한 영화 평론가인 로저 에버트는 <데칼로그> 전체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지만 응당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다룬다’ 고 요약하기도 했습니다.

즉, 한 인간이 윤리적 주체로서 겪는 무능력과 혼란이 주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사람을 살리는 계명이 인간 존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계명은 돌이 되어버린 마음, 절망으로 가득 찬 마음에는 자리를 잡을 수 없습니다.
계명에 자기 자신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무관심, 자포자기, 완고한 마음, 자신의 욕망에
집착하는 관성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데칼로그>는 그 문턱에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7편에서 감독은 가족의 사랑, 생명의 신비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존재방식이 그 근본부터
왜곡되고 공허해지는 처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답을 주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질문을 던지면서 끝을 맺습니다. 모든 등장인물은 깊은 상처와 분노와 경멸의 마음을 오랜 시간 그냥
겉으로의 안정으로 덮어두었고, 이제 그 모든 안전장치는 열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파국은, 그러나 어쩌면 구원을 향한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모든 면에서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영화의 끝에서 받게 됩니다.
 

방송일시: 3월 12일 금 23:00, 3월 13일 토 15:00, 3월 14일 일 01:00 3월 16일 화 00:00



                                        데칼로그 8. 거짓 증언을 하지마라

                                                  최대환 세례자 요한 신부/서울 대신학교 지성 양성 담당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은 <데칼로그> 연작을 ‘시리즈’가 아니라 ‘사이클’로 이해해 달라고
말합니다.일종의 순환관계를 이루고 있는 작품들이라는 것이지요.
감독은 시간적 선후 관계와 논리적 연관성이 아니라 기이하고 신비로운 방식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고 건조한 일상 속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스치고 만나면서
감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 영향을 주며 같은 운명의 장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데칼로그>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적 배경이 되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그 상징이자 징표가 되고 있습니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에서는 언제나 철학적, 미학적 차원에서 우연성과 동시성,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가 자아내는 운명과 신비의 예감이 핵심적 위치를 차지합니다.

<데칼로그>는 일체의 미학적인 장식을 걷어내고 외면하는 공간과 사건을 선택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우리의 삶에 우리가 설명할 수도 없고 다 이해할 수도 없는 차원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불연 듯 깨닫게 합니다.

<데칼로그> 8편은 이 연작의 철학적, 윤리학적 깊이를 실감할 수 있는 매우 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작품입니다. 폴란드에서 윤리학을 강의하는 한 나이든 여성 철학교수와 그 강의를 미국에서부터 청강하러 온, 아기일 때 유대인 학살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던 한 젊은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교수의 번역자이자 팬으로 등장하지만, 점점 두 사람 사이의 과거의 사건이 시간의 벽을 넘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생명, 책임, 용서, 인간의 한계, 자부심과 인간적 겸허함 등 여러 윤리적 주제들을 매우 깊은 수준의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데칼로그> 2편과의 연관성도 언급되고 있는데, 이는 왜 키에슬로프스키가 자신의 연작을 순환적이라 불렀는지를 알게 합니다. 영화를 보시고 다시 한번 <데칼로그> 2편을 찾아 감상하시기를 권합니다.

방송일시: 3월 12일 금 24:00, 3월 13일 토 16:00, 3월 14일 일 02:00 3월 16일 화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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