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예수 성탄 대축일에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메시지
형제자매 여러분, 성탄을 축하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태어나셨습니다. 우리 구원의 날을 기뻐합시다!
이날의 은총이신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마음을 엽시다. 예수님은 인류의 지평에 솟아오른 눈부신 “날”이십니다. 우리 아버지 하느님께서 온 세상에 당신의 큰 자애로움을 드러내신 자비의 날이십니다. 두려움과 걱정의 어둠을 흩으시는 빛의 날이십니다. 만남과 대화와 화해를 이루는 평화의 날이십니다. 가난한 이들과 비천한 이들과 모든 백성에게 “큰 기쁨”(루카 2,10 참조)인 기쁨의 날이십니다.
이날, 구원자 예수님께서 동정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십니다. 구유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표징”인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루카 2,12)를 보여 줍니다. 베들레헴의 목자들처럼 우리도 이 표징을, 교회에서 해마다 새로워지는 이 사건을 보러 갑니다. 성탄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강생하신 하느님 사랑을 받아들이는 모든 가정과 본당과 공동체에서 새로워지는 사건입니다. 마리아처럼 교회도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표징”을 보여줍니다. 그 표징은 마리아가 태중에 품고 있다가 낳았으나, “성령으로 말미암은”(마태 1,20) 아기이기에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신 아기입니다. 그분은 참으로 구원자이십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기 때문입니다(요한 1,29 참조). 목자들과 함께 우리도 어린양 앞에 무릎을 꿇읍시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좋으심을 경배합시다. 회개의 눈물이 우리 눈에 가득차고 우리 마음을 씻어낼 수 있도록 합시다.
그분만이, 그분만이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으십니다. 오직 하느님의 자비만이, 이기심이 빚어낸 온갖 형태의 악, 때로는 극악무도한 악에서 인류를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사람들의 마음을 회심시키고, 인간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인류에게 알려줍니다.
하느님께서 태어나시는 곳에 희망이 태어납니다. 하느님께서 태어나시는 곳에 평화가 태어납니다. 평화가 태어나는 곳에는 더 이상 증오와 전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강생하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세상에 태어나신 바로 그곳에, 긴장과 폭력이 계속되고 있고 평화는 아직도 간청하고 세워가야 할 선물로 남아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직접 대화를 재개하여 두 민족이 조화롭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온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서로를 오랫동안 반목하게 한 갈등을 끝낼 수 있기를 빕니다.
국제연합에서 채택된 결의안이 시리아의 무력 분쟁을 가능한 한 빨리 중단시키고, 그 고통 받는 민족의 극심한 인권 상황을 치유할 수 있기를 주님께 기도합니다. 리비아를 괴롭히는 심각한 분열과 폭력을 극복할 수 있도록 리비아에 관한 결의안을 모두 지지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시급합니다. 이라크와 리비아, 예멘과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지금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엄청난 고통을 낳으며 인류의 역사적 문화적 유산까지도 지켜내지 못하게 하는 잔혹행위를 끝내는 일에 국제 공동체가 한마음으로 관심을 기울이기를 빕니다. 야만적인 테러 행위, 특히 최근 이집트 영공과 베이루트, 파리, 바마코, 튀니스에서 일어난 대규모 학살로 고통 받는 이들도 생각합니다.
세계 많은 지역에서 지금도 신앙 때문에 박해받고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아기 예수님께서 위로와 힘을 주시기를 빕니다.
콩고와 브루나이, 남수단 민족들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대화를 통해 그들이 진정한 화해와 상호 이해의 정신으로 시민 사회 건설에 함께 힘차게 투신할 수 있기를 빕니다.
성탄이 우크라이나에 참된 평화를 가져다주고, 갈등의 여파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며, 국가 통합의 재건을 위해 이루어낸 합의들을 기꺼이 이행해가도록 이끌기를 빕니다.
이날의 기쁨이 콜롬비아 국민의 노력에 빛을 비추어, 그들이 희망으로 힘을 얻어 염원하는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수 있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 태어나시는 곳에 희망이 태어납니다. 희망이 태어나는 곳에서 사람들은 존엄을 되찾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 존엄을 빼앗기고 있으며, 아기 예수님처럼 추위와 가난과 거부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날 가장 취약한 이들, 특히 어린이 군인들, 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 인신매매와 마약 밀매의 희생자들이 우리가 그들 가까이에 있음을 느낄 수 있기를 빕니다.
극심한 가난이나 전쟁을 피해 도망쳐 나와서 종종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여행하며 목숨의 위협을 받는 일도 드물지 않은 모든 이에게 우리의 격려가 부족하지 않기를 빕니다. 수많은 이민과 난민들에게 너그러운 지원과 환대를 베풀며, 그들이 자신들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존엄한 미래를 세우고 자신들을 받아들이는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돕는 모든 개인들과 국가들에게 하느님께서 풍성한 강복으로 갚아주시기를 빕니다.
이 축일에 하느님께서 일자리가 없는 모든 이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 정치 경제 생활에서 공적 책임을 지닌 이들의 투신을 지지해 주시어, 그들이 공동선을 추구하며 모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 태어나시는 곳에는 자비가 피어납니다. 자비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가장 소중한 선물입니다. 특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지니고 계시는 다정한 사랑을 발견하도록 우리가 부름 받은 이 희년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주님께서 특히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상처를 치유하고 악을 이기고 승리하는 당신의 자비로운 사랑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오늘, 우리 구원의 날을 함께 기뻐합시다. 구유를 묵상하면서, 하느님의 자비로운 포옹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아기 예수님의 활짝 펼친 팔에 눈길을 고정합시다. 그리고 우리에게 속삭이시는 아기의 옹알이를 들읍시다. “내 형제들과 벗들을 위하여 나는 이르네. ‘너에게 평화가 있기를!’”(시편 121[122],8).